전시를 개최하며
정조는 즉위 초 부국강병을 위한 민산(民産), 인재(人才), 융정(戎政), 재용(財用) 등의 4대 개혁 과제를 밝혔습니다. 특히 ‘융정’ 즉 국방을 논하며 “전쟁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臨戰必勝]” 고 필승의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군사 훈련용 각종 무예를 표준화하고 ‘무예 24기’를 정립시켜 최강군대 장용영을 양성하였습니다.
수원특례시에서는 시민들에게 20년 넘게 ‘무예 24기’의 시범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정조가 만든 신도시 수원에 조선 최강의 군대 장용영이 주둔하였던 역사적 사실에 자부심을 지니며 시민들과 함께 이를 전승하고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 왔던 것입니다.
이번 전시는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총력을 다해 펴낸 조선 최초의 무예서『무예제보』(국가유산 보물)부터 이를 모범으로 정조 때 만든 조선 최고의 무예서『무예도보통지』(세계기록유산)에 이르기까지 조선 무예서의 편찬 과정과 그 속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소개하며 재조명하는 뜻깊은 자리입니다.
1. 조선의 무관 선발과 무예
조선시대는 무관(武官) 선발 방법과 내용을 법전에 자세히 기록하고 이에 따라 엄격히 선발하였다. 고위 무관 즉 지금의 장교 선발을 위한 무과(武科)는 초시(初試), 복시(覆試), 전시(殿試) 등 3단계 과정을 거쳤고 무예 실기의 비중이 높았다. 3년마다 치르는 식년무과(式年武科)와 비정기적인 별시무과(別試武科)가 운영되었다. 이외에도 도시(都試), 관무재(觀武才), 시사(試射) 등의 특별시험도 있었다. 이러한 시험들은 뛰어난 무재(武才)의 발굴과 무예(武藝)를 진흥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조선시대 법전을 통해 무관 선발 제도에 대해 파악하고, 시험장에서 치러지는 무예 종목의 시험 모습을 그림으로 소개하여 무예의 중요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무과 합격과 관직 임용에 따른 무관으로서의 활동 등을 관련된 유물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2. 조선 최초의 무예서, 『무예제보』
임진왜란 초기 조선은 왜군의 조총 및 장병기(長兵器)와 단병기(短兵器)의 배합 전술에 제대로 대적하지 못하면서 수세에 몰렸다. 그러나 명군과 연합해 대승을 거둔 평양성전투를 통해 명나라 전법(戰法)과 척계광(戚繼光)이 지은 무예서 『기효신서』에 큰 관심을 두게 되었다. 전란 중이던 1598년(선조 31) 왕명으로 훈련도감 낭청 한교(韓嶠)가 『기효신서』에 실린 ‘무예 6기’를 해설하고 한글로 번역해 『무예제보』를 편찬하였다. 이로써 한글로 번역된 조선 최초의 무예 수련 교본이 탄생한 것이다. 이후 편찬되는 모든 무예서와 『무예도보통지』의 모범이 되었다. 수원화성박물관 소장의 『무예제보』는 국내 유일의 초간본(初刊本)으로 2021년 국가유산 보물로 지정되었다.
3. 조선 최고의 무예서, 『무예도보통지』
정조는 즉위 초에 국정의 4대 개혁 과제를 밝혔는데, 그중 ‘융정(戎政)’ 즉 국방 개혁을 가장 중요시하였다. 정조는 ‘문(文)’은 규장각을 통해 그리고 ‘무(武)’는 장용영을 통해 조선의 문무(文武)를 관장하고자 하였다. 정조의 국방 철학은 ‘지과위무(止戈爲武)’ 곧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진정한 무치(武治)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군제를 개혁하고 각종 병법을 연구해 조선의 실정에 맞는 병서를 편찬하는 한편 뛰어난 무예 실력을 갖춘 군사를 길러내고자 하였다.
정조는 각 군영 군사들의 무예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통일되고 표준화된 무예 훈련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조선 최초의 무예서『무예제보』와 사도세자가 완성한『무예신보』의 뒤를 이어『무예도보통지』를 편찬하였다. 『무예도보통지』는 145종의 무예 관련 서책을 철저히 고증하고 파악한 후 그 장점들을 취해 만들었다. 2017년 조선 최고의 무예서이자 세계 최고의 무예서로 평가되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4. 무예 24기와 병장기
‘무예 24기’란 『무예제보』 ‘무예 6기’와 『무예신보』 ‘무예 18기’ 그리고 여기에 마상무예 등의 6기를 더해 표준화시켜 만든 것으로 『무예도보통지』를 통해 지금껏 전승 재현되고 있다. 무예 24기는 크게 찌르기[刺], 베기[砍], 치기[擊]의 세 가지의 공격 방법이 있다. 『무예도보통지』도 이에 맞춰 창(槍), 도(刀), 권(拳)의 차례로 구성되었다. 또한 군사들이 실제 무예를 익힐 수 있도록 ‘도보(圖譜)’ 즉 판화로 만든 그림과 자세한 해설을 한글로까지 수록해 오늘까지 그 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 특히, 수원특례시는 20년 넘게 ‘무예 24기 시범 상설공연’을 화성행궁 신풍루 앞마당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펼치고 있다. 공연을 담당하는 수원시립공연단 무예 24기 시범단의 무예와 병장기를 통해 무예 24기의 전통 계승과 발전을 살펴보고자 한다.